일본공산당이 중국 정권을 대놓고 까다
미하헬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동맹(RCIT) 국제서기, 2020년 2월 14일, www.thecommunists.net
최근 일본공산당은 2020년 1월 28일에 열린 28차 당대회에서 강령 개정안을 채택했다. 개정안 가운데는 중국공산당과 정권에 대한 극히 비판적인 평가가 포함되어 있다.
일본공산당 (이하 일공)은 대회 결의안에서 중국의 “대국 배외주의와 패권주의”를 비난했다. 이와 관련하여 일공은 기존의 2004년 강령에 들어 있던 중국 스탈린주의 정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칭찬을 삭제했다. “오늘날, 자본주의와 단절한 몇 나라는 아직 풀어야 할 정치적·경제적 문제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장경제를 통해 사회주의를 이룩하고자 하는’ 노력을 포함하여 사회주의를 위한 새로운 모색을 시작하고 있음을 주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13억 이상의 인구를 가진 광대한 지역을 포괄하는 노력으로서 21세기에 역사적으로 유의미한 흐름을 이루고 있다.”[1]
시이 가즈오 일공 대표는 당대회 준비회의 연설에서도 다음과 같이 “당의 우려”를 표했다. “홍콩에서 시작된 자유와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평화적인 시위”가 “홍콩 정부의 탄압 조치와 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면적인 지지 및 시위대에 대한 무력 사용 위협”에 부닥쳤다. 나아가 일공은 “위구르 자치 지역에서 자의적인 구금과 그 밖의 인권 침해가 중국 당국에 의해 대규모로 자행된 것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그리하여 “일본공산당은 중국 당국에게 그들에 대한 인권 탄압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RCIT의 강령 목표에서 보듯이, 우리는 2010년 이래 중국을 제국주의 강대국으로 성격규정 해왔고, 이에 대해 각종 팸플릿과 책자, 논설 속에서 상세히 설명해왔다.[2] 또 우리는 홍콩 대중시위에 대한 우리의 연대를 거듭 천명해왔으며 [3], 나아가 스탈린주의-자본가 독재의 잔혹한 민족 억압을 맞고 있는 무슬림 위구르 인민에 대한 우리의 무조건적 지지를 거듭 밝혀왔다.[4]
일공이 홍콩과 위구르에 관한 이 명백한 진실을 인정하는 데 그렇게 오래 걸린 것은 실로 부끄러운 일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충실한 옹호자
그럼에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고 해야 할까. 아니다. 일공의 중국 정권 공격의 본질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 일본 스탈린주의자들을 움직인 동기는 중국 정권에 대한 그 어떤 진실된 반제국주의적 또는 국제주의적 비판과는 하등 관계가 없다.
우리가 낸 책자 <<강대국 패권쟁투 시대에 반제국주의>>에서 상세히 설명했듯이, 일공은 일본 제국주의의 사회배외주의적 옹호자다. 1945년 이래 오늘까지 그 당의 전 역사를 통틀어 일공은 일본을 미 제국주의에 의해 민족 억압을 받는 나라로 규정해왔다. 그리하여 일공의 현 강령에 의하면, “현재 일본 사회가 필요로 하는 변화는 사회주의혁명이 아니라 민주주의혁명이다. 이 혁명은 미국에 대한 일본의 이례적인 종속과 대기업 및 재계의 전제적 지배에 종지부를 찍는 혁명이다. 즉 일본의 진정한 독립을 보장하고 정치, 경제, 사회에서 민주개혁을 수행하는 혁명인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일공은 자주적인 자본주의 일본 수립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일본은 다름 아닌 제국주의 일본이다. 다시 그 강령에 의하면, 이러한 자주적 제국주의 일본은 계속해서 미 제국주의의 동맹으로 행동할 것이다. “일본은 대등한 기반 위에서 미국과 우호조약을 체결할 것이다.”
일본 제국주의의 독실한 옹호자로서 일공은 일본 정부의 모든 영유권 주장을 지지한다. 일공은 현 강령 속에서 “역사적으로 일본의 일부인 하보마이 제도와 시코탄 섬, 그리고 치시마(쿠릴) 열도의 일본 반환”을 요구한다. 쿠릴 열도는 1945년 이래 소련과 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있다.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는 1972년 미 제국주의가 일본에 넘겨줬다. 그러나 이 섬은 중국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어서 2012년에는 두 강대국 간에 뜨거운 긴장이 있었다.[5] 일본 제국주의가 1905년 조선에게서 강탈한 독도의 경우에도 현재 일본 정부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일공은 이에 대해서도 지지하고 있다.
일공의 사회제국주의적 성격은 북한의 군비 증강 시도에 대해 날카롭게 비난하고 있는 데서도 볼 수 있다. 북한의 이러한 시도는 한반도에서 오랜 기간 미 제국주의의 도발을 감안할 때 정당하다. 그럼에도 일공은 “북조선의 무모한 행동을 강력히 비난한다... 일본공산당은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고 추가 군사도발을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6] 일공은 심지어 “대북 경제제재 강화의 엄격한 이행” 운운하며 북한에 대한 기아(飢餓) 봉쇄를 요구하기까지 하고 있다.[7]
시이 가즈오 일공 대표는 위의 연설에서 언제부터 중국이 그러한 반동적 세력이 되었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언제부터’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는 국제관계에서 중국의 행태가 갖는 문제점이 후진타오 정부 말기와 시진핑 정부 초기 단계에, 그러니까 2008년에서 2009년경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인식한다. 중국이 핵무기 폐기를 국제무대에서의 “궁극 목표”로 보류해놓음으로써 핵 폐기를 솔직하게 확약할 용의가 없음을 보여준 것이 2009년이다. 중국이 동중국해 상의 센카쿠 열도 일본 영해에 공적 선박이 침입하도록 한 첫 행위가 2008년이다. 중국이 남중국해 거의 전체에 대한 권리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기 시작한 것이 2009년이다.”
이러한 발언은 일공이 중국의 “신형 대국 배외주의와 패권주의”를 새삼 비난한 진짜 동기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일공 지도부는 중국이 일본의 영유권 주장과 역내에서 일본의 정치·경제적 영향력에 맞대결한 그 순간부터 제국주의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달리 말하면, “중국의 대국 배외주의와 패권주의”에 대한 일공의 적나라한 비난은 그 동기가 전혀 원칙 있는 반제국주의나 국제주의와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의 충실한 방어, 일제의 동아시아 및 글로벌 이익의 굳건한 옹호가 진짜 동기다!
많은 “벗들”
일공이 그저 소규모의 고립된 스탈린주의 당이 아니라는 점 또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일공은 상당 규모의 세력으로서 공식적으로 30만 명의 당원과 전국적으로 2만 지부·지회를 가지고 있다. 2017년 중의원 선거에서 일공은 7.91%인 440만 표를 얻었다. 그리고 2016년 참의원 선거에서 602만 표, 10.7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일공은 다양한 개량주의 · 스탈린주의 당들 ㅡ 각국에서 자본가 정부에 참가하고 있는 또는 자본가 정부를 이끌고 있는 개량주의 · 스탈린주의 당들을 포함하여 ㅡ 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공의 언론보도 기관에 따르면, 당대회는 “영국, 이라크, 그리스, 칠레, 베트남, 포르투갈”의 공산당들을 비롯하여 “코스타리카 진보근로인민당과 범국민전선, 니카라과 산디니스타 민족해방전선, 헝가리 노동자당, 브라질 민권당, 브라질 노동자당, 벨기에 노동자당” 등으로부터 공식 인사를 받았다.[8]
이들 당 중 상당수가 일공의 새로운 적수인 중국의 스탈린주의-자본가 당과도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이런 일을 “정치적 비즈니스”로 보는 이 당들의 그 동안의 행보로 보더라도 조금은 얄궂은 일이다.
곧 집권당이 되고픈 바람
끝으로 일공 지도부가 왜 이 특정 시점에 강령을 개정하고 이전에 형제 관계였던 중국의 동지들에 대해 반대 입장을 선언하고 있는 것인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타이밍에 깔린 진짜 동기는 당대회에서 일공의 또 다른 결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