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Ⅰ
1. 들어가며
2. 우리가 반제국주의자인 것은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3. 제국주의 세계의 여론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출발점이어서는 안 된다.
4. 다양한 형태의 제국주의 군사 개입에 대해 우리는 어떤 접근법을 취하는가?
5. 군사 전술에 미치는 결과들
6. 전쟁에서의 모순적 요인들에 대해 맑스주의 고전은 뭐라고 하는가
Ⅱ
7. 리비아 내전과 종파주의적 "반제국주의"의 논리
8. 카다피 국가의 계급적 성격에 대하여
9. 오늘 노동자와 청년은 카다피 독재 하에서보다 더 나은 입지에 있는가, 아니면 더 안 좋은 입지에 있는가?
10. 왜 나토는 군사적으로 개입했나?
11. 내전에서 도시적 요인과 부족적 요인에 대하여
12. "인종주의" 리비아 반군과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계 이주노동자에 대한 공격에 대하여
13. 아랍 노동자계급의 연대는 누구에게 갔는가?
14. 요약 총괄
[주] 아래에서 우리는 제국주의 열강이 개입하는 민주주의 투쟁·민족해방 투쟁의 복잡한 관계망을 다룬 우리의 이전 글 중 하나를 다시 발표한다. 이 소론은 이론적 관점에서뿐만 아니라 역사적 관점에서도 이 문제를 분석하고 각종 소부르주아 비판에 맞서 맑스주의적 접근법을 방어한다. 글의 후반부에서는 리비아의 민중봉기 과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사건들을, 진정한 맑스주의적 방법을 적용하여 검토하고 있다.
이 소론은 애초 2012년 가을에 써서 발표한 글이다. 당연히 그때 이래로 제국주의 열강이 개입하려고 시도한 분쟁과 해방투쟁의 사례들이 더 많이 있다. (시리아, 우크라이나 등). 우리는 혁명적 맑스주의자가 채택해야 할 관련 전술을 도출하기 위해, 이 소론에서 개괄한 것과 동일한 방법을 사용하여 그 최근 사례들을 분석해서 RCIT기관지 <<혁명적 공산주의 Revolutionary Communism>>에 발표하였다. 따라서 여기서는 이 최근 사례들을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을 것이다. 독자들은 이전에 발표한 각각의 성명들을 참조하길 바란다.
다만 여기서는 최초의 기사 발표 이래로 리비아의 사건들이 우리의 분석을 완전하게 확인시켜주었다는 점만 추가로 언급하고 넘어가겠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카다피 정권에 대항하는 민중봉기 당시 카다피를 방어한 저들 가짜 “반제국주의자들” ㅡ 실제로는 자신들의 친러·친중 사회제국주의를 “반제국주의” 간판 뒤에 숨기고 있는 “반제국주의자들” ㅡ 은 나토의 군사 개입이 리비아를 서방의 식민지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러한 판타지 소설과는 반대로, 아직 끝나지 않은 리비아의 민주주의 혁명은 미국 대사 살해와 모든 서방 열강 대사관 철수로 이어지며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사건들로, 민족주의·이슬람주의 신념을 가진 경쟁하는 소부르주아· 부르주아 지도부들이 혁명의 완성에 걸림돌로 작용하며 조성해 놓은 난관과 후퇴가 가려지지는 않는다. 계급투쟁의 도상에서 노동자계급을 사회주의혁명으로 이끌 수 있는 혁명당의 결성만이 이러한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이번에 이 소론을 일부 영어 편집과 함께 재발표하기로 한 우리의 결정은 다음과 같은 우리의 확신에 따른 것이다. 여기에서 기술한 분석 방법은 혁명적 맑스주의자들로 하여금 극도로 복잡한 정치적·군사적 상황을 올바로 평가하고, 해방투쟁에 개입하려는 제국주의의 시도에 의해 더욱 더 더 찢겨지고 있는 세계에서 정확한 전술을 도출할 수 있게 해줄 긴요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확신 말이다.
* * * * *
Ⅰ
1. 들어가며
1929년 대공황 이래 자본주의 세계의 가장 큰 경제 위기의 시작으로 2007/08년에 그 뚜껑이 열린 새로운 역사적인 시기는 정치·군사 무대에서도 깊은 파열과 변화를 가져왔다. 이 역사적인 시기의 혁명적 성격은 계급 모순의 급 가속화로 표현되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측면이 2011년 초에 시작된 아랍 혁명과 새로운 제국주의 강대국 중국의 부상이다.
계급 모순의 이러한 가속화로 노동자계급·피억압자의 지도력 결여 위기는 더욱 첨예화한다. 1948-53년 제4인터내셔널의 정치적·조직적 붕괴 이후 60여 년 동안 프롤레타리아트에게는 사회주의혁명 세계당이 없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반식민지 나라와 제국주의 나라에서 노동자·피억압자의 수많은 투쟁과 혁명이 소부르주아 지도부에 의해 철저히 오도되었다. 말할 것도 없이 소부르주아 지도부는 정권을 타도하고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수립하는 데 관심이 없었다.
지도력 위기가 이 새로운 역사적 시기에 특히 두드러지는 이유는, 아랍 혁명의 경우에서처럼 외견상 모순적인 세력배치 관계가 투쟁의 규정적 측면이 되어가고 있어서다. 정당한 민주주의 혁명과 민족해방 투쟁이 이 또는 저 제국주의 열강의 개입과 뒤엉키고 있는 것이다. 강대국 ㅡ 미국, EU, 중국, 러시아 ㅡ 간 격화하고 있는 패권경쟁이 남반구의 수많은 분쟁에 미치는 영향이 커져감에 따라 이러한 현상은 훨씬 더 두드러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는 이 새로운 역사적 시기 동안 반식민지 나라들의 민주주의 해방 내전과 민족 방어 전쟁이 제국주의 이해관계·개입·패권경쟁과 이러저런 방식으로 점점 더 뒤얽힐 것으로 예상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노동자 조직과 활동가들은 해당 전쟁 또는 분쟁을 구체적으로 분석함에 있어 맑스주의적 원칙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필수다. 오직 이러한 방식으로만 국제 노동자계급의 이해에 충실한 혁명적 전술을 전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랍 혁명과 그에 대한 제국주의 개입은 진보운동 대열에 많은 혼동과 혼란을 야기 시켰다. 그러한 많은 운동들이 친 서방 프로파간다의 압력에 영합하는가 하면, 다른 일부는 카다피 정권과 아사드 정권을 “반제” 정권으로 미화하며 이러한 반혁명 진영에 합류한다. 우리는 이미 아랍 혁명에 관한 우리의 논설과 책자에서 이러한 입장과 논리를 다룬 바 있다.[1]
이하의 글에서 우리는 분석 및 전술 도출 임무에 대한 볼셰비키-공산주의적 접근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친정권·반혁명의 자칭 "반제" 진영에 의해 제출된 각종 논리에 비추어 이 접근법을 옹호하고자 한다. 나아가 구체 사례로서 리비아 혁명과 관련한 여러 주장과 신화를 논박할 것이다.
2. 우리가 반제국주의자인 것은 우리가 노동자계급의 입장을 취하기 때문이다
제국주의 개입이 수반된, 반식민지 나라의 민주주의·민족 해방투쟁에 대한 RCIT의 일반적 접근법을 간략하게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하자. 우리는 우리의 강령, <혁명적 공산주의 선언>에서 우리의 방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 제시한 바 있다.
“특히, 권위주의 정권이나 군부가 민주적 권리를 공공연하게 유린하는 곳에서는 대중운동이 결연히 분기하여 자신의 권리를 위해 싸운다. 다른 국가들은, 그리고 제국주의 강대국들조차도 자신들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이러한 국내 위기를 이용하려 한다. 볼셰비키-공산주의자들은 민주적 권리의 억압에 반대하는 인민대중의 그 어떤 현실 운동에 대해서도 지지한다. 우리는 반동세력의 그 어떤 영향력도 거부하며, 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반식민지 나라의 민족 자주권을 방어한다. 이는 혁명가들이 혁명적 민주주의 운동 지지를 포기한다는 뜻이 아니다. 현실에서 제국주의 간섭은 결코 혁명적 민주주의 투쟁을 돕는 것이 아닐 뿐더러 오히려 투쟁을 훼손하는 위협일 따름이다. 이것이 우리가 독재에 대항하는 대중의 진보적 해방투쟁을 지지하면서 동시에 제국주의 개입을 날카롭게 거부한 이유다. (예를 들어, 1992-95년 보스니아인들의 전쟁, 1999년 코소보 알바니아인들의 투쟁, 2011년 리비아에서 카다피 독재에 맞선 봉기 등). 제국주의 개입이 정치 정세의 지배적인 특징이 되고 있을 때, 오직 그 때에만, 그리고 그 때에는 반드시 혁명가들은 민주주의 투쟁을 그러한 개입에 반대하는 싸움에 종속시켜야 한다.”[2]
이제 이 접근법을 좀 더 세부적으로 가다듬어보자. 많은 좌익들은 반제국주의와 국제 노동계급 연대 사이의 올바른 관계를 이해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우리가 반제국주자인 것은 다름 아니라 우리가 해방을 열망하는 노동자계급·피억압인민의 투쟁을 ㅡ 이 해방투쟁의 최대 적이 제국주의다 ㅡ 일관되게 지지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반제국주의는 계급투쟁에 대한 우리의 기본적인 입장에서 나온 결론이지, 계급투쟁 위에 있는 최상위의 원칙이 아니다.
바로 이 때문에 맑스주의자들은 제국주의 · 소부르주아 '여론'과는 완전히 독립적인 국제 노동자계급의 계급 이해에 종속되는 입장에 서게 될 수 있는 것이다. 제국주의 · 소부르주아 '여론'이 정당한 민족 해방투쟁이나 민주주의 해방투쟁을 지지할 때 우리가 혼란스러워 하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파블로프의 개와는 달리, 맑스주의자들은 서방 제국주의자들이 찬성 사인을 하는 데서는 어디서나 반사적으로 반대 사인을 하는, 그런 반사적 대립물과 같은 자세를 취하지 않는다. 확고히 우리는 독립적인 계급 입장을 취한다.
우리의 방법에 따라, 그러한 정당한 민주주의·민족 해방투쟁 동안 우리는 해방투사들 (주로 부르주아 또는 소부르주아 지도부 하에 있는)의 편에 서서 그들의 군사적 승리를 지지한다. 우리는 이러한 진보적 해방투쟁과 제국주의 열강의 이해를 날카롭게 구별한다. 우리는 전자를 지지하는 반면, 후자를 전면 반대한다. 따라서 우리 볼셰비키-공산주의자들은 어떠한 제국주의 개입도 거부하며 제국주의 세력의 패배를 내건다.
3. 제국주의 세계의 여론이 전쟁에 대한 입장을 정하는 출발점이어서는 안 된다!
서방의 중도주의 좌익들은 반제국주의의 종파주의적 버전 ㅡ 희화라고 하는 편이 낫겠다 ㅡ 을 옹호한다. 그들은 해당 투쟁을 그 총체에서, 그 모든 다양하고 종종 모순적인 요인들을 포함하는 그 총체성 속에서 검토하지 않는다. 대신에 그들이 검토, 평가하려 하는 것은 투쟁에 대한 서방 제국주의의 공식 입장이다. 보통 그들은 소위 여론, 즉 부르주아 정치가·관리들과 언론의 언사를 살피는 것으로 대신한다. 그리고 서방 여론이 찬성 사인을 하면 종파주의자는 반대 사인을 한다. 즉 해당 전쟁에서 서방 여론이 싫어하는 진영 쪽에 반사적으로 동조를 보내는 것이다.
그 결과, 종파주의자들은 1991년 이라크 전쟁, 1992-95년 보스니아 전쟁, 1999년 코소바 전쟁, 2001년 아프간 전쟁, 2003년에 시작된 이라크 전쟁, 2011년 리비아 내전 등 모든 서로 다른 종류의 전쟁에서 하나의 똑같은 입장에 도달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완전한 오류다. 맑스주의자들에게 제국주의 여론은 고려해야 할 하나의 요인이긴 하지만, 혁명적 입장을 정하는 데서 출발점도 아니며, 가장 중요한 요인도 아니다! 각종 종파주의자들은 이 매우 기본적인 진리를 잊어버린 것 같다! 이 실패는 자주 그들을 산만한 생각으로 이끌며,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맑스주의자들은 "기회주의자"며 "제국주의의 압력에 굴복한다"고 주장할 빌미를 준다.
역사적 유사점을 몇 가지 제시해보자. 러시아 제국주의는 1912/13년 발칸 반도에서 자신의 팽창주의적 계급 이익 때문에 오스만 제국에 대항하는 슬라브인 민족해방투쟁에 전면적으로 동조적이었다. 그러나 레닌과 볼셰비키는, 혁명가들은 이러한 러시아의 지지 때문에 슬라브인의 민족해방투쟁을 지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내리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트로츠키와 제4 인터내셔널은, 서유럽과 북미에서의 제국주의·소부르주아 여론이 1936-39년 스페인의 공화주의 반파시즘 정부에 대해, 또는 1937년 이래로 장제스 지도부 하 중국 근로인민의 일본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민족해방투쟁에 대해 강력히 호의적이었던 사실로부터 어떤 결론에 도달했는가? 어떤 식으로도 트로츠키와 제4인터내셔널은 제국주의·소부르주아 여론에 굴복하지 않았고, 반대로 독립적인 국제주의 노동자계급 관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