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하엘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동맹 (RCIT) 국제서기, 2020년 3월 24일, www.thecommunists.net
코로나19 위기는 세계정치의 역사적인 전환점이다. 코로나19 사태는 1989-91년 스탈린주의의 붕괴나, 2011년 9.11 사태와 그에 따른 제국주의의 아프간 침략전쟁 같은 사건들 못지않게 중요한 정치적 사건이다.
RCIT가 코로나19 위기 시작 이래 낸 일련의 성명과 기사들을 통해 설명했듯이, 지배계급은 그들의 정치적 목표를 이루기 위해 패닉을 이용하고 있다. 거의 모든 자칭 맑스주의 조직들과는 달리, 우리는 이 사태의 정치 반혁명적 본질을 즉각 인식했다. 이제 전 세계의 부르주아지가 주민 대량 폐쇄격리 및 집회·시위 금지 등 민주적 제 권리에 대한 거침없는 공격을 대량해고, 임금삭감, 대대적인 긴축 프로그램 등 경제위기 고통 전가 공세와 결합시키고 있다. 엊그제 우리가 RCIT 시국선언을 통해 지적했듯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배외주의적 국가 보나파르트주의 체제 구축이다.” 경찰과 군대가 거리에 총출동하고, 사람들은 집에 격리 폐쇄되고, “빅브라더” 같은 숨김없는 공공연한 감시체계가 작동한다. 달리 말하면, 지배계급들은 새로운 괴물 리바이어던을 만들어내기 위해 현 위기를 이용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 위기를 엄폐물 삼아 일어난다.
이 같은 상황에서 흔히 그렇듯이, 공식 노동자운동과 좌익의 많은 부문들이 지배계급의 압력에 굴복한다. (1차 세계대전 개전 당초의 제2 인터내셔널을 상기해보면 될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개량주의 당들과 좌익 인민주의(포퓰리즘) 당들이 부르주아지의 “단결” 촉구에 장단 맞춰 호응하고 있다. 노동자운동 내 개량주의·기회주의 세력들이 코로나19 위기를 기화로 한 대량 폐쇄격리 및 긴축 정책을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수치스럽게도 이른바 “혁명적 좌파”의 많은 부문들도 대량폐쇄와 집회·시위 금지 같은 지배계급의 반동적 조치들을 지지한다.
이러한 배반행각의 특히 두드러진 예가 스페인의 스탈린주의자들과 포데모스의 정책이다. 포데모스는 부르주아 좌익 인민주의 당이다.[1] 서로 다른 세력들이 일종의 연합체를 이루고 있는 당이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이 당 지도부를 점하고 있지만, 여기에는 스페인공산당 ㅡ 역사적으로 스페인 스탈린주의 당 ㅡ 과 그 동맹군인 통합좌파 (IU) 같은 주요 세력들도 포함되어 있다. 스페인공산당과 통합좌파는 둘 다 유럽좌파당(PEL)의 일부다. (유럽좌파당은 독일 좌파당, 그리스 시리자, 프랑스공산당 같은 전(前)스탈린주의 당들의 전 유럽 차원의 연합체다).[2] 또한 포데모스 자체가 유럽좌파당의 일부였다가 지난해 유럽좌파당이 몇몇 기술적인 문제로 분열을 맞으면서 그로부터 탈퇴했다. 그 때 이래 이글레시아스를 중심으로 한 그룹은 멜랑숑이 이끄는 프랑스의 좌익 인민주의 당인 ‘굴하지 않는 프랑스’와 연합을 이루고 있다.[3]
잘 알려진 것처럼 포데모스는 2020년 1월 스페인 총리 페드로 산체스가 이끄는 사민주의 당인 ‘사회주의노동자당’(PSOE)과 공동정부를 구성했다. 인민전선 정부, 즉 자본가계급에 봉사하는 개량주의 세력과 인민주의 세력의 연립정부가 만들어진 것이다.
현 코로나19 위기는 “좌파”정부가 프랑스의 마크롱 정부,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정부, 영국의 존슨 정부 같은 여타 부르주아 정부들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아주 분명하게 보여준다.(앞서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도 그랬지만 말이다.) 이들 정부처럼 스페인에서 산체스/이글레시아스 정부도 주민에 대한 대량 폐쇄격리 조치를 실시하고 일체의 집회·시위를 금지하고 있다. 동시에 경찰과 군의 행정 권력을 크게 키워주고 있다. 3월 14일에 “좌파”정부는 15일 간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4]
사노당/포데모스 정부는 이미 국가비상사태를 4월 11일까지 연장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첫 번째 선포와는 달리 이번 연장 건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제1 야당 보수인민당이 지지할 의사를 밝힌 뒤라 이미 보장된 것이다.[5]
“우리는 전쟁 중에 있다”는 폭탄적인 선언을 하는 이 “좌파”정부는 마크롱을 비롯한 그 밖의 부르주아 국가 지도자들과 똑같이 군국주의적 언사를 사용한다. 그리고 실제로도 경찰과 군대가 거리를 장악하고 있다. 현재 25만 명가량의 경찰과 군 병력이 스페인 전역에 배치되어 있다. 동시에 자본가들은 노동자 수십 만 명을 해고하고 있고, 대대적으로 임금삭감이 자행되고 있다. 그러나 민주적 제 권리에 대한 탄압으로 노동자·피억압자들이 제 때에 저항과 반격을 못하고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처럼 사노당/포데모스 정부도 코로나19를 가지고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정당화한다. 지금까지 약 2,300명이 사망했는데, 대량 봉쇄격리에도 불구하고 사망한 것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사정은 같다.
사실, RCIT가 반복해서 설명했듯이, 이 유행병에 대해서는 폐쇄/봉쇄로 맞서 싸울 수도 없을뿐더러 그러한 폐쇄/봉쇄가 필요하지도 않다. 우리는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대량 무상 검진과 입원 조치로 효과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를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한국에서 보고 있다. 한국이 중국 이후 바이러스가 퍼진 첫 번째 나라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사망자는 단 130 여명을 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그 어떤 대량 폐쇄/봉쇄 없이도 가능했다![6]
결국, 대량 폐쇄/봉쇄의 주 목적은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계급과 인민대중을 파편화시키고 마비시켜 지배계급의 공격에 저항하고 반격할 수 없게 만드는 데 있다. 포데모스가 이러한 반혁명적 공세를 주도하는 세력이라는 것은 포데모스의 부르주아적 성격을 있는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의 이른바 “공산주의자들”도 포데모스와 똑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국가비상사태 선포 직후, 스페인공산당(PCE) 지도부는 정부의 계엄령 식 조치에 대해 열정적인 지지를 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우리는 스페인 정부가 취한 비상사태 선포를 지지하며, 보건의료 위기가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취하고자 계속 노력하고 있다. 가능한 한 빨리, 그리고 이 상황이 지속되는 동안 이러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가 공공행정 조치 및 기능을 조정하고 계획할 수 있게 해주는 비상사태 선포를 환영한다.”[7]
말 나온 김에 유럽의 여타 스탈린주의 세력들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밝혀둔다. 이들 스탈린주의자들은 정통 “맑스-레닌주의자”임을 자처하며 유럽좌파당을 “수정주의”라고 종종 비판하지만, 실제로는 그들도 동일한 부르주아적 접근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한 예로 그리스공산당(KKE)과 형제당 관계에 있는 오스트리아 스탈린주의자들 ㅡ “노동당 (Partei der Arbeit)” ㅡ 을 들 수 있다.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그들도 3월 15일 오스트리아 보수당과 녹색당 연립정부에 의한 국가비상사태 선포에 지지를 보냈다. 이 비상사태 선포는 코로나바이러스로 단 3명(!)의 사망자가 난 뒤였다. 2017/18년에 2,800명이 유행성독감으로 사망했을 때 당시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조치는 아무것도 없었다!
애처롭게도, 오스트리아 스탈린주의자들은 정부에게 민주적 제 권리 금지를 너무 오래 가져가지는 말아달라고 호소할 뿐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억제하기 위한 많은 조치들이 합리적이지만, 한편으로 우리는 이러한 집회의 자유 제한과 개인의 시민적 권리·자유 및 노동권에 대한 대대적인 간섭은 그 기간이 제한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는 바다.”[8]
이 성명은 스탈린주의자들이 사회적·민주적 제 권리를 두고 노동자계급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이 자행되고 있는 시기에 비상사태 선포라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십분 이해하고 있음을 매우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