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량봉쇄와 민주적 제 권리 억압 뒤에 있는 지배계급의 계획과 동기에 대하여
미하헬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동맹(RCIT) 국제서기, 2020년 3월 31일, www.thecommunists.net
세계가 패닉으로 마비되었다. 자본가 정부들과 그들의 언론에 의하면, 우리에게 감염과 죽음이 닥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이며, 날마다 발표되는 사망자 수에 당신이 그 뒤를 이을 수 있다고 한다. 그 결과, 세계 인구의 약 1/3이 현재 록다운(lockdown) 된 채, 즉 봉쇄령 하에서 폐쇄 격리된 채 살도록 강요받고 있다. 부르주아 정부들은 계엄령 식 국가비상사태 법들을 실시하며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들을 억압하고 있다.
그러나 부르주아 정부와 언론들은 다른 질병 때문에 매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는지 말하지 않는다. 그들은 “매년 260만 명의 사람들이 호흡기 감염으로 죽는다”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1] 부유한 제국주의 나라들에서도 이런 전염병으로 많은 사람이 죽는다. 2017/18시즌 전체 독감 사망률은 유럽에서만 약 152,00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2]
자본주의는 극심한 불평등과 참혹빈곤의 체제다. 세계 남반구의 인민대중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쇠퇴기 자본주의 속에서 전 세계의 부르주아지는 잔인한 긴축 프로그램을 부과하고 공공의료에 혹독한 감축을 단행했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더욱 더 열악한 의료 조건에 처해지고 있고, 더 악화된 위생 조건에서 살도록 강요받고 있으며, 그 나마 있던 건강 프로그램 접근권도 계속 축소되고 있다. 질병과 사망자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결과다.
그러나 통상적인 조건하에서는, 자본가계급은 이러한 팬데믹과 그것이 인민대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것 같다. “갑자기” 글로벌 비상사태가 선포되었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러 있어야 하며 가족이나 직장 이외에서는 다른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 모든 시위와 집회가 금지되고 경찰과 군대가 거리를 지배한다.
국가비상사태 선포의 정치적 배경
우리 국제조직,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은 이 코로나 사태 첫 날들부터, 코로나19 팬데믹은 심각하고 위험한 질병이지만 감염된 사람들에 대한 무상 대량검진과 격리, 그리고 중증 환자들에 대한 무상 입원 프로그램으로 억제할 수 있다고 강조해왔다. 한국은 이러한 프로그램의 효용성을 보여주는 사례다.[3] 우리는 대량봉쇄와 기본적인 민주적 권리 금지가 의료적 관점에서도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설명했다. 그리고 수천 명이 사망한 이탈리아와 스페인 같은 나라들에서 현재 보듯이, 대량봉쇄는 이 팬데믹에 대한 효과적인 수단도 아니다.
그러나 이것도 RCIT가 처음부터 강조했듯이, 지배계급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일차적으로 보건 문제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팬데믹의 타이밍을 잘 봐야 한다. 그것을 보다 넓은 맥락 속에 넣고 보는 것이 필요하다.
2019년 하반기에 두 가지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이 두 사건은 모두 세계의 지배계급에게 엄청난 충격을 가져왔다. 첫째, 우리가 지난 문서들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자본주의 세계경제는 1929년 이후 최악의 경제공황에 들어갔다.[4] 둘째, 이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계급투쟁·민중봉기 물결이 전 대륙에 걸쳐 수많은 나라들로 번져갔다.[5] 홍콩에서 이라크, 칠레에서 레바논, 에콰도르에서 프랑스, 그리고 인도에서 스페인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적으로 노동자, 청년, 빈민들이 그들의 사회적·민주적 권리에 대한 공격에 맞서 거리에서 싸웠다. 간단히 말해서, 이 두 가지 근본적인 사태발전이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준 혁명적 세계정세를 조성한 것이다.
“글로벌 음모”가 아니라 지배계급들에게 비상한 기회
많은 나라에서 지배계급이 코로나19 대유행을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이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배경 속에서다. 그렇다고 이 코로나19가 “글로벌 음모”의 결과물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계급투쟁 물결을 잠재우려고, 또 글로벌 경제공황의 책임을 돌리려고 지배계급들이 코로나19를 “고안해냈다”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러나 음모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이, 지배계급들이 이 같은 코로나 사태에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배계급 내에는 이것에 대비하여 경고를 발하는 부위들이 있었다. 다음을 보라. 우리의 동지 알메디나 귀니치가 최근 발표한 글에서 보듯이, 세계은행(World Bank)과 세계보건기구(WHO)는 우한에서 코로나바이러스의 출현 바로 두어 달 전에 이 같은 팬데믹을 꽤 정확히 예견했다. 그리고 그들은 지배계급이 이러한 사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콘셉트들을 개발했다.[6] 또 CIA도 이미 올해 1월 팬데믹에 대해 경고했다.[7]
코로나19 위기가 부르주아지에 의해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사태에 부르주아지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지배계급 가운데 보다 긴 시야를 가진 부분들은 이 팬데믹이 자본주의 체제 최악의 위기 시기에 반혁명적 공세를 펼, 한 세기에 한 번이나 있을 기회임을 곧 알아차렸다. 지배계급들은 반혁명적 공세를 협력 조정해서 펼치지는 않았지만, 일단 중국에서 그것이 먹혀들자 다른 나라 지배계급들도 기회를 알아챘고, 이어서 글로벌 연쇄반응이 시작되었다.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에서 처음 나타났다. 중국의 스탈린주의-자본가 정권은 계엄령 식 조치들을 배치하고 이동의 자유를 비롯한 인민의 기본권을 금지하며 감시체계 등등을 구축함으로써 바이러스를 성공적으로 억제하고 인민을 완전히 장악한 것처럼 보였다. 이는 당시 홍콩의 준혁명적 사태[8]와 2019년 여름 우한에서의 대규모 항의시위[9] 등을 감안할 때 당시 점점 더 초조해지고 있던 중국 지배계급의 입장에서는 중요한 승리였다. 물론 이 성공은 3월 27일 후베이에서 일어난 첫 번째 대규모 소요가 보여주듯이 곧 무너질 수 있다.[10] 그러나, 현재로선 시진핑 정권과 그 독재적인 방법이 성공한 듯이 보이고, 그에 따라 다른 자본가 정부들과 재계 리더들 ㅡ 서방 제국주의 나라의 정부들과 재계 리더들을 포함하여 ㅡ 에게 따라야 할 모델로 받아들여졌다. 오스트리아 총리 세바스찬 쿠르츠의 최근 성명 (“우리는 아시아로부터 배워야 한다”), 또는 볼크스바겐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의 중국 정권 찬양 (“우리는 중국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아직 [중국 같은] 규율이 없다”)을 생각해보라.[11]
기회주의 좌파
이른바 좌파의 많은 부문들과는 대조적으로, RCIT는 코로나19 위기 시작 때부터 지배계급이 이 팬데믹을 글로벌 반혁명 공세를 위한 엄폐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해왔다. 지배계급들은 대량봉쇄와 집회·시위 금지 같은 민주적 제 권리에 대한 전격적인 공격과 함께 대대적인 긴축 프로그램을 실시하기 위해 인민대중의 두려움과 마비 상태를 이용한다. 1-2주 만에 수백만 명의 노동자가 거리로 내몰렸고 앞으로 더 많은 노동자가 그 뒤를 따를 것이다. ILO는 최대 2500만 명의 추가 실직을 추산하고 있다.[12] 우리가 RCIT 시국선언에서 지적했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