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정세·계급투쟁의 전망과 혁명가들의 임무에 관한 테제
2020년 2월 8일,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 국제집행위원회 채택, www.thecommunists.net
차례
들어가며
2008년 이래 세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전 세계적 계급투쟁 물결
또 다른 대공황이 시작됐다
자본주의 문명의 쇠퇴
미·중 간의 신 냉전
반식민지 나라들에 대한 제국주의 공격
미국의 국내 정치 위기
노동자계급 지도력 위기와 혁명적 세계당 건설 임무
부록: 공개장 -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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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1. 다음 테제에서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일련의 문서를 통해 제시해온 RCIT의 분석을 요약하고 업데이트할 것이다.[1] 나아가 우리는 향후의 가능한 사태 전개에 대한 전망을 제시하고, 그로부터 혁명가들의 임무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결론을 끌어낼 것이다.
2008년 이래 세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
2. 현재 우리는 2008년에 열린 역사적인 시기의 시작 이래 세계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을 거치고 있다. RCIT가 그 동안 상세히 설명해왔듯이, 자본주의 쇠퇴의 이 장기 역사적 시기는 뿌리 깊은 혁명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2] 동시에 이 시기는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일련의 소 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어 2011-13년의 “무고한” 봉기의 첫 단계, 또는 2016년에 시작한 반혁명적 공세로 특징지어지는 단계 등이 그것이다. 전 세계적인 정치·경제적 계급 모순의 가속화가 양질 전화의 결과를 낳았다.[3] 준 혁명적 세계정세가 2019년 가을에 개시됐다. 우리는 레닌과 트로츠키가 발전시킨 방법론을 적용하여 다음과 같이 결론내릴 수 있었다. 트럼프, 존슨, 보우소나로, 모디 등과 같은 우익 포퓰리스트들의 집권, 제국주의적 세계화의 파열, 강대국 패권쟁투의 가속화, 더욱 더 악화되어가는 기후 위기 등, 이 모든 것이 “지배계급이 어떤 변화 없이는 더 이상 그들의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을 가리킨다. 또 거의 모든 대륙에서 들불처럼 일어나고 있는 해방투쟁과 봉기의 전 세계적 확산은 “하층 계급들이 옛 방식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과 “대중의 능동성이 현저히 고조되고 있는” (레닌) 것을 반영한다.[4]
3.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를 가져온 근본적인 사태 전개는 다음의 것들이다.
a) 거의 모든 대륙에 번진 전 세계적 계급투쟁 · 민중항쟁 물결 [5]
b) 2008/09년의 마지막 대공황보다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은 또 다른 대공황의 시작 [6]
c) 양대 제국주의 열강 미·중 간의 냉전 [7]
d) 제국주의 세계질서의 주요국 (미국, 영국, 이스라엘 같은)에서의 국내 정치 위기와 격변[8]
e) 극적인 기후 위기로 인한 정치적 파장 증대 [9]
이러한 모순의 축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 있다. 몇몇 예를 들면, 프랑스에서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대중파업과 세계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모두 경제성장에 영향을 미친다. 강대국 패권쟁투는 기후에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제국주의자들의 북극 자원 개발 드라이브를 가속화시킨다. 요컨대 이러한 사태 전개는 상호작용하여 자본주의 위기를 심화시킨다. 안정적인 제국주의 세계질서의 “좋았던 옛날”로 되돌아가길 바라는 부르주아 향수병자들이 여전히 많지만, 그들 가운데 보다 영리한 자들은 그러한 날들은 가버리고 “불안정한 지정학적 풍경”을 가진 “격동”의 새로운 시기가 “뉴 노멀”임을 깨닫고 있다.[10] 이러한 사태 발전은 RCIT가 지난 문서들에서 예견해왔듯이 맑스주의자들에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11]
전 세계적 계급투쟁 물결
4. 이 새로운 정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2019년 가을 이래 중동과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서유럽으로 번지고 있는 전 세계적인 계급투쟁 · 민중항쟁 물결이다. 대부분의 경우 이들 투쟁은 사회적·민주적 제 권리에 대한 정권의 공격으로 촉발되었다. 몇몇 경우에는 지배계급의 악랄한 탄압을 맞아 수십 명 (칠레, 인도, 수단), 또는 수백 명 (이라크, 이란)의 죽음을 가져왔다. 이에 더해 결정적인 지역들에서 매우 중요한 해방투쟁들이 오랜 기간 동안 진행되고 있다 (시리아, 팔레스타인, 카슈미르, 아프간). 이 전 세계적 투쟁 물결이 민중봉기의 성격을 가진 데다 대중적으로 널리 확산되고 있다 보니 부르주아 논평가들조차 현 정세를 1848년이나 1968년 같은 혁명적 격변과 비교하고 있다.
5. 지난 6개월 동안 일어난 ㅡ 그리고 몇몇 경우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ㅡ 이들 투쟁과 항쟁 중 가장 중요한 것들을 지역별로 세분해보면, 중동에서 이라크[12], 이란[13], 시리아[14], 레바논[15], 리비아[16], 예멘[17], 이집트[18], 팔레스타인]19], 알제리[20], 아시아에서 인도[21], 홍콩[22], 카슈미르[23], 아프간[24], 라틴아메리카에서 칠레[25], 볼리비아[26], 에콰도르[27], 온두라스[28], 니카라과[29], 아이티,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수단[30], 소말리아[31], 유럽에서 프랑스[32], 카탈루냐[33]가 있다.
6. 이 전 세계적 투쟁 물결이 계속되고 나아가 더 확산될 것으로 예상할 충분한 이유가 있다. 몇 주 전, 영국의 한 부르주아 연구기관은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리고 있는 조사연구를 발표했다. “2019년, 많은 나라들에서 사람들이 폭력적인 시위로 거리에 나서는 것으로 끓어오르는 분노를 표출했다. 시위는 그 나라들의 지도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놀라운 사태 발전이었다. 몇몇 정부들은 불만의 원인을 해소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그들의 불만의 원인은 너무 많고 그들의 가슴에 깊이 박혀 있어, 해결책을 찾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이 조사연구의 저자들은 2019년에 전 세계의 47개국에서 “시위와 폭력을 수반한 불만의 분출”이 있었는데, 2020년에는 전 세계 195개국 중 40% 가까이 되는 75개국에서 “민란이 터질 수 있다”고 보고한다.[34] “민란 (civil unrest)”이라는 부르주아적 범주가 반동 세력들의 대중동원도 포함하고 있으므로 해방투쟁과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수치는 자본주의 세계질서가 그 근저에서 뒤흔들리고 있음을 반영한다.
7. 많은 경우 이 투쟁들은 강하게 자연발생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여성 활동가들이 투쟁의 최선두에 있는 경우도 적지 않으며, 모든 경우에서 청년들이 대중운동의 절대 다수를 이루고 있다. 이들 투쟁은 새로운 세대의 활동가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은 반동 정부에 분노하며 기성 정치세력에 역겨움과 혐오감을 느끼는 동시에 지금 당장 급진적인 변화를 결사적으로 갈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는 희생을 각오할 의지가 “때 묻지 않은 기술관료 정부”에 대한 대 환상, 평화적인 혁명의 길에 대한 거대한 환상 등등과 결합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혁명가들은 이들 대중운동 처음부터 그 운동의 일부가 되어, 투쟁을 진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전술을 제창하고 그 같은 지배적인 환상의 문제점을 교육학적으로 설명해야 함과 동시에 이들 운동에서 지도적 역할을 담당하려는 시도를 펼쳐야 한다. 모든 전술은 사회적·민주적 제 권리의 방어를 사회주의혁명의 전략적 목표 (노동자민중 평의회·민병 건설 및 노동자민중 정부 창설)와 결합시키는 이행강령 속으로 통합되어야 한다.[35]
8. 그러나 정치조직 없이 이들 투쟁이 일어났다고 상상한다면, 그것은 큰 오류다. 각종 개량주의, 민족주의, 이슬람주의 당들 및 운동들이 이들 해방투쟁에서 크든 적든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몇몇 예를 거론한다면, 인도에서 인도공산당(M), 홍콩에서 각종 부르주아 민주주의 및 소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들, 카슈미르에서 잠무카슈미르해방전선(JKLF), 아프간에서 탈레반, 시리아에서 하야트 타흐리르 알샴(HTS), 칠레에서 대체좌파연합(Frente Amplio)과 칠레공산당, 볼리비아에서 사회주의운동당(MAS), 수단에서 수단공산당과 각종 부르주아 민주주의 세력, 소말리아에서 알샤바브, 프랑스에서 노동총동맹, 민주노동연맹, 노동자의힘,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 프랑스공산당, 카탈루냐에서 공화좌파당(ERC), 민중연합후보당(CUP) 등이 있다. 이들 가운데는 투쟁을 주도하고 나아가 통제하다시피 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영향력 있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9. 이들 조직의 평회원 활동가들이 투쟁에서 종종 유익하고 건설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긴 하지만, 그들의 관료 지도부는 보통 방해물로 작용하고 있다. 관료 지도부들은 투쟁을 다음 선거에서 표를 더 받기 위한, 또는 새 정부에서 자리를 얻기 위한 방향으로 돌려놓고자 한다. 또는 현 정권과의 전면 대결을 피하기 위해 투쟁을 진정시키려고 한다. 또는 민족주의나 종교의 가림막을 두르고서 반동적 자본주의 프로젝트의 벼랑으로 투쟁을 이끈다. 혁명적 세력이 지금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