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
1. 들어가며
2. 상징적인 말싸움 이벤트
3. 두 도적이 서로 도덕적 기준의 옹호자를 자임하다
4. 중·일 갈등의 고조
5. 쿼드 정상회의
6. 대만해협에서 제국주의 간 긴장이 고조되다
7. 피할 수 없는 제국주의 패권쟁투의 계속, 그리고 가속화
8. 하던 비즈니스는 계속하다
9. 한반도에서도 긴장 고조?
10. “그 빌어먹을 EU”와 러시아, 어게인?
11. 맑스주의적 분석·평가의 옳음을 확인하라
부록 (표 7개)
1. 들어가며
3월 19일 알래스카 미·중 고위급 회담은 양대 제국주의 강대국 간의 냉전이 바이든 신정부 하에서도 계속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양국 모두 외교 사령탑들이 회담 대표로 나왔지만 역시도 실질적인 쟁점들에서 아무 합의도 보지 못했다.[1] 오히려 양측의 회담 모두발언들은 최근 미·중 관계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음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양측 대표단은 전 세계 언론 앞에서 공개적인 말싸움을 벌였는데, 발언들 가운데는 예정에 없이 명백히 즉석에서 쏟아낸 말들도 있었다. 이는 수십 년 동안 강대국들 간 외교 현장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다.
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의 후시진 총 편집장은 "나는 중국과 미국이 금요일 알래스카 회담에서 정말 좋은 싸움을 했다고 믿는다"고 논평했다.[2] 네팔 논평가 비임 부르텔은 이렇게 비유하기도 했다.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의 미·중 고위급 회담 개막 세션에서 양측 외교관들 간의 설전은 남성 호르몬에 추동된 프로레슬링 선수들 간의 입씨름 공방에 더 가까워 보였다.”
2. 상징적인 말싸움 이벤트
미국 측 대표 블링컨 국무장관은 모두발언에서 “미 정부는 신장, 홍콩, 대만에서 중국이 보인 행동과 미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 우리 동맹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중국을 공격했다. 블링컨은 “규칙에 기반한 질서가 없다면 세계는 힘이 곧 정의고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곳이 될 것이며 훨씬 더 폭력적이고 불안정한 세계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측 대표 양제츠 중공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은 장문의 발언으로 즉각 반격했다. 양제츠는 미국이야말로 사이버 공격의 “챔피언”이라고 비난하며,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에 대한 미국의 도덕적 우위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제츠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 대한 악명 높은 경찰 폭력과 그에 따른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시위를 언급하며, "미국 내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미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제이크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 있는 나라는 자신의 단점을 열심히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개선을 추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미국의 비밀 소스"라며 중국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응수했다.
그러나 양제츠는 "이것이 당신들이 이 대화를 끌고 가길 바랐던 방식인가?"라며 반격했고, 이어서 "우리가 미국을 너무 좋게 생각한 것 같다"며 비꼬는 투로 탄식했다. “미국은 우월한 지위에서 중국에 대해 뭐라 할 자격이 없다.” “중국은 세계 대다수 나라들이 미국이 주창하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한다거나 미국의 의견이 국제 여론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제츠는 또 "서방의 소수 사람들이 만든 규칙이 국제질서의 기초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도 이렇게 응수했다. “우리는 무력행사를 통한 침략이나 각종 수단을 통해 다른 정권을 무너뜨리고 다른 나라 국민을 학살한다든다 하는 생각을 갖지 않는다. 그러한 모든 것은 이 세계에 혼란과 불안정만 일으킬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것들이 미국에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3]
환구시보 사설은 이 이벤트를 정확하게 평했다. “이번 회담 모두발언의 강도는 양국 수교 이래 기록적인 것이다.”[4] 그리고 뉴욕타임즈도 이렇게 말했다. “지금 벌어진 장면들은 나빴던 옛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했다. 연극 외교의 한 모멘트로서 미·중 앵커리지 회담은 60년 전 소련 수상 흐루시초프가 유엔 책상 위에 신발을 탁 올려놓고 미 제국주의자들에 대해 고함을 질러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던 때를 상기시켰다.”[5]
3. 두 도적이 서로 도덕적 기준의 옹호자를 자임하다
기본적으로 양측의 비난이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의 스탈린주의-자본가 정권은 신장에서 무슬림 위구르족 (위구르족은 신장을 동투르키스탄이라고 부른다)을 잔인하게 억압하고 있다. 저들은 이른바 "재교육 캠프"에 약 백만 명을 수용하고 있다.[6] 또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홍콩의 민주주의 대중운동을 박살내려고 한다.[7]
그러나 그렇더라도 이런 비난을 하는 미국은 누구인가?! 어느 다른 국가가 지난 몇 십 년 동안 그렇게 많은 전쟁을 일으키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였는가?! 다름 아닌 미국 브라운대학의 왓슨 국제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미국 부시 정부와 그의 후임자 버락 오바마 정부가 이라크[8]와 아프가니스탄[9], 파키스탄, 시리아에서의 전쟁에 6조 4천억 달러 이상을 썼다. 이 미국 전쟁들로 인해 80만1천 명 이상이 전쟁의 직접적 결과로 죽었다.[10] 그리고 미 제국주의가 네타냐후나 빈 살만 같은 냉혈 살인자들을 친밀한 동맹으로 두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말하자면, 미 제국주의와 중 제국주의는 모두 철저히 반동적인 세력들이다. 그들은 모든 수단을 써서 권력과 이윤을 확대하려고 한다. 그들은 서로 상대방의 약점을 이용하려 하며, 때에 따라 “나의 적의 적”을 이러저런 방식으로 지지한다. 사회주의자들은 어느 강대국에 의해서든 ㅡ 미·중뿐만 아니라 어느 다른 제국주의 열강에 의해서든 ㅡ 억압 받는 모든 인민들의 민족적·민주적 권리를 지지한다. 동시에 우리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 동맹 (RCIT)은 이 제국주의 도적들 누구도 신뢰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바다! 그들은 그 어느 피억압 인민에 대해서도 벗이 아니다. 그들의 충성은 오직 권력과 이윤의 원칙을 향해 있을 뿐이다![11]
4. 중·일 갈등의 고조
알래스카의 세계 언론 앞에서 벌어진 공공연한 외교 대결이 현재 진행 중인 양대 강대국 간의 냉전을 우리 눈앞에 극적으로 펼쳐 보여주긴 했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냉전의 현실을 더 분명하게 보여주는 최근의 중요한 몇 가지 사태전개가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전임 행정부와 같은 도발적인 언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질에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알래스카 회담 며칠 전 블링컨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했다. 이들은 도쿄에서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과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미·일 외교·국방장관 회담을 가졌다. 공동성명에서 그들은 중국이 “역내에서 강압적이고 불안정한 행동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훼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들은 또 대만해협의 “안정”을 요구하며 일본의 센카쿠 열도 영유권을 지지했다. 블링컨은 "중국이 자기 뜻대로 하기 위해 강압이나 침범에 기댈 때 우리는 필요할 경우 밀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오스틴도 중국의 “불안정한 행동”을 언급하며, 남중국해와 동중국해에서 “우리의 목표는 중국에 대해서든 또는 우리와 우리 동맹을 위협하고자 하는 그 누구에 대해서든 경쟁 우위를 확고히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두 장관의의 성명은 최근 몇 년 동안 일본과 그 밖의 역내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도발에 대해 미국 외교관이 한 가장 명시적인 경고였다."[12]
이들이 경고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길 것이라는 조짐들이 있다. 회담 며칠 뒤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기자회견에서 일본 자위대와 미군이 센카쿠 열도 주변에서 며칠간 연합훈련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13]
이 분쟁 섬, 일본은 센카쿠 열도라고 하고 중국은 댜오위다오라고 하는 이 분쟁 섬은 두 아시아 열강 간 분쟁에서 주요 쟁점이다. 일본은 1894-95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결과로 이 섬을 차지했다. 이 섬은 무인도지만, 이 섬을 장악하면 역내 패권을 둘러싼 전략지정학적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 따라서 중국도 이 섬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며 섬 인근 해상에 지속적으로 함선을 투입하면서 언제든 양국 해안경비대가 총격전에 휘말릴 수 있는 현실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중국 군용기들의 일본 '방공식별구역' 진입도 반복되고 있고, 그때마다 일본 전투기들이 대응 출격하고 있다.
우리가 지난 성명들에서 거듭 말해왔듯이, 이 섬을 둘러싼 중·일 간의 분쟁은 쿠릴 열도를 둘러싼 러·일 간의 분쟁이나 지브롤터 주권에 관한 영국·스페인 간의 분쟁처럼 기본적으로 전략지정학적 우위를 놓고 벌이는 강대국들 간의 패권쟁투다. 이 같은 모든 분쟁에서 제국주의 국가들은 자신의 영유권 주장을 이데올로기적으로 정당화하기 위해 역사적 전거를 이용한다.
그러나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진정한 쟁점은 양 제국주의 열강 중 하나가 그 영토를 소유할 "역사적 권리"를 가지고 있느냐 여부가 아니다. 근본 문제는 그러한 분쟁 당사국들의 계급적 성격이다. 만약 ㅡ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의 경우처럼 ㅡ 양측 모두 제국주의 강대국인 경우, 사회주의자들은 둘 중 어느 쪽이든 지지해선 안 된다. 우리는 모든 노동자·민중 단체들에게 그 어느 제국주의 국가든, 미·일이든 중국이든 일체의 제국주의 국가에 의한 모든 영토 주장, 군비 확충, 경제제재, 군사 모험, 배외주의적 선전전 등에 대해 비타협적으로 반대할 것을 촉구한다.[14]
5. 쿼드 정상회의
미국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계속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건은 3월 12일에 열린 이른바 "4자 안보대화“ 첫 정상회의다. 보통 쿼드라고 부르는 이 동맹체는 호주, 인도[15], 일본, 미국 등 4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은 이 동맹체를 일종의 ”아시아 나토“로 만들어, 미국 세계패권에 도전하는 최대 라이벌 중국을 봉쇄하는 데 써먹고자 한다.[16]
바이든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 등 4개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렇게 재확인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위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공동의 비전으로 단합돼 있다. 우리는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폭넓고 건강하고 민주적 가치에 닻을 내리고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지역을 위해 노력한다.”[17] 이 성명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지만, “민주적 가치”나 “강압에 구속되지 않는” 등과 같은 언사의 시니컬한 면을 그냥 넘어가기란 어렵다. 왜냐하면 서명국 중 하나인 인도는 지난 수십 년 이래로 카슈미르 인민을 극도로 잔인하게 억압해왔고 수만 명을 살해하였기 때문이다.[18]
서명국들은 또 이렇게 천명한다. “우리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에 반영돼 있는 해상영역에서의 국제법 역할에 계속해서 우선순위를 둘 것이고,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 규칙에 기반한 해상질서에 대한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해상안보를 포함한 협력을 촉진할 것이다.” 이것은 중국의 동중국해 · 남중국해 지배에 도전하는 문구에 얄팍한 포장을 입힌 것이다. 이 위협의 배경은 다름 아니라 이 해역이 엄청난 경제적 · 전략지정학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해저에는 거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게다가 세계 해상운송의 3분의 1이 이곳을 통과한다.
이 성명 뒤에 숨은 진짜 동기가 국제법에 대한 관심이 아니라 제국주의 국가의 실용적인 권력 이익이라는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이 성명이 성명에 담고 있는 요구들을 유엔해양법협약에 기대어 정당화하고 있다는 것은 얄궂은 역설이 아닐 수 없다. 이 협약은 1994년 11월 16일에 발효되었는데 미국은 현재까지도 이 협약에 서명하기를 거부해왔다![19]
6. 대만해협에서 제국주의 간 긴장이 고조되다
미·중간 긴장은 대만 문제를 둘러싸고도 고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중국의 일부였던 이 섬은 중국 내전 막바지에 대륙에서 분리된 독립 국가가 되었다. 1949년 10월 홍군이 승리하여 중화인민공화국을 선포하자 장개석의 국민당이 이끄는 친 제국주의 세력은 이 섬으로 후퇴했다.[20] 그때부터 양측은 서로 자신이 주도하는 통일을 요구했다. 당연히 중국이 훨씬 더 강한 세력이지만, 대만이 언제나 미 제국주의의 긴밀한 동맹이었기 때문에 중국으로선 무력으로 통일을 이루는 것을 지금까지 자제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중국이 지난 몇 십 년 동안 경제적·군사적 비중을 극적으로 증가시키는 동안 미국은 쇠퇴를 겪으면서 대만을 둘러싼 역관계도 달라졌다. 중국은 점점 더 조급해져 가고 있고 미국은 중국이 부상하는 것을 그 문턱에서 봉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대만이 미국에 중요한 것은 중국의 문 앞에 위치하고 있는 그 전략지정학적 입지 때문만이 아니다. 대만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수출국 ㅡ 대만 종합 반도체 기업 TSMC (타이완 반도체 제조공사)는 한국 삼성전자의 최대 라이벌이다 ㅡ 이기 때문에 미국 독점체들한테도 매우 중요해졌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산업과 방위산업 등 미국 업계가 사용하는 반도체 칩의 88%가 미국 밖에서 제조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 섬에 대한 중국의 공격은 대만 그 자체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미국 기업들에게도 엄청난 파괴적 결과를 미칠 것이다.[21]
바이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