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지들과의 토론
미하헬 프뢰브스팅, 혁명적 공산주의인터내셔널동맹(RCIT) 국제서기, 2020년 6월 4일, www.thecommunists.net
경찰의 잔학무도한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이후 일어난 미국의 민중봉기는 현재 세계정세의 핵심 사건이다. 매일매일 대중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며, 주지사들이 내린 통금령을 무시하고 경찰과 싸우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노동자와 청년과 피억압자가 나라에 불을 질렀다. 점점 더 많은 수의 경찰들과 주 방위군들이 시위자들에게 동조를 표시하고 시위자들과 함께 추모의 무릎을 꿇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최소 29개 주의 주지사들이 이미 2만 명의 주 방위군을 동원했지만, 시위 진압에 성공하지 못했다. 독이 오른 트럼프 정부는 1807년에 제정한 봉기방지법을 꺼내들고 봉기를 분쇄하기 위해 미 육군을 투입할 기세를 보이고 있다.
RCIT는 지난 며칠간 세 차례의 성명서를 발표하여 전개상황을 분석하며 대중투쟁에 필요한 전술을 내고 상세히 설명했다.[1] 이에 대해 미국 안팎에서 여러 사회주의자들로부터 서신을 받았다. 다양한 동지들이 우리에게 동의했지만, 현 정세를 준 혁명적으로 보는 우리의 정세 평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표명한 동지들도 있었다. 이 글에서 우리는 민중봉기에 대한 우리의 종합적인 분석을 반복하지는 않을 것이며, 동지들의 반론에 대한 토론으로 국한할 것이다.
(준)혁명적 정세에 대한 기준은 무엇인가?
(준)혁명적 정세에 대한 맑스주의적 정의를 간략히 요약하고 왜 이러한 규정이 오늘 미국에 적용되는지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해보자. 기본적으로 레닌과 트로츠키는 (준)혁명적 정세로 규정하는 기준으로 다음 세 가지를 들었다.
a) “지배계급이 어떤 변화 없이는 더 이상 그들의 지배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b) “하층 계급들이 옛 방식으로 사는 것을 원하지 않을 때”
c) “대중의 능동성이 현저히 고조될 때”[2]
우리는 이 모든 기준이 미국의 현 상황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지배계급이 깊이 분열되어 있다. 실제로 이 분열은 이미 최소 4년 전부터, 트럼프가 집권한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2008년 새로운 역사적인 시기의 시작 이래로 세계자본주의의 쇠퇴·부후화와 그에 따른 미 제국주의의 퇴조 ㅡ 근 70년 동안 자본주의 진영 내 절대적이고 다툼의 여지가 없는 패권국 미국의 쇠퇴 ㅡ 가 미국 독점 부르주아지 내 깊은 위기를 불러일으켰다. 지배계급의 다수파가 옛 방식을 이어가기를 바라는 반면, 트럼프가 대표하는 소수 파벌과 스티브 배넌 같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초반동 진영은 미국이 더 이상 그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 결과 이들은 국외에서는 세계질서 리더 지위로부터의 후퇴와 보호(무역)주의 및 공격적 군사주의로의 전환을, 그리고 국내에서는 노동자계급·피억압자에 대한 초반동적, 백인우월주의적 공격을 내걸고 있다. 이 방향은 지배계급의 관점에서는 일정한 논리를 가지고 있는 것이지만, 개인으로는 정확히 미 제국주의의 퇴락을 대표하는 ㅡ 일종의 역사적 비극과 희극이 한 인물 속에 결합되어 있는 방식으로 ㅡ 그 오렌지 색 머리칼에 대한 당혹감을 가져다주고 있는 방향이다.[3]
미국 정치질서의 뿌리 깊은 위기
지배계급 내 이 깊은 위기는 일종의 국내적 냉전, 즉 미국 부르주아지 양대 파벌 간의 냉전을 가져왔다. 미국이 1929년 이후 최악의 경제공황과 수십 년 이래 최대 실업률, 가장 중요한 제국주의 라이벌인 중국과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는 냉전,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처하는 데서 트럼프 정부가 보여준 범죄적 무능력 등등에 처하면서 이 위기는 지금 대대적으로 가속화하고 있다. 지배계급 다수파는 트럼프가 나라를 군사화 하여 거리에 나온 군대의 도움으로 다가오는 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현 정세를 이용하려 한다고 보면서 이러한 지배계급 내부의 분열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우리는 바이든이 대통령이 돼도 비슷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며, 미국 자본주의가 최근 과거에 (중국이 훨씬 더 강해진 반면) 급격히 약화되었기 때문에 미국 지배계급이 2016년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 간략한 요약을 마친다.
인민대중이 계속 옛 방식으로 살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마찬가지로 명백하다. 현재 3600만 명의 사람들이 실업 상태이고, 많은 가족들 ㅡ 특히 흑인 코뮤니티와 라틴계 코뮤니티의 가족들 ㅡ 이 궁핍에 처해 있다. 만성적인 인종차별과 잔학한 경찰 폭력에 의한 일상적 억압에 더해서 말이다. 미국 노동자계급과 피억압 코뮤니티의 거대 다수가 현 시위·항쟁을 지지하는 이유다. 인도에 도열하여 시위자들에게 박수를 보내는 평범한 사람들로부터의 수많은 연대의 상징들 속에서 이것을 볼 수 있다. 일부 억압기구 부분들조차 모종의 동조, 또는 최소한 이해를 보인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광범위한 인민적 지지를 말해주는 또 다른 지점이다.
부르주아 언론조차 이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로이터통신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64%가 '지금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공감한다'고 답한 반면 27%는 그렇지 않다고 답했고 9%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시위에 크게 영향 받지 않는 농촌과 교외 지역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지를 표명했다. 농촌 거주자의 절반 좀 넘는 사람들이 시위대에 공감한다고 말했고 교외 거주자는 10명 중 7명이 시위에 찬성을 표했다.”[4]
또 다른 여론조사도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5월 31일과 6월 1일 ㅡ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손에 플로이드가 살해된 데 대한 항의시위가 시작된 지 며칠 후인 ㅡ 에 실시된 모닝컨설팅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54%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강력히 지지하거나 다소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시위에 다소 반대하거나 강하게 반대한다는 응답은 22%에 불과했다.... 모닝컨설팅 여론조사에서 경찰 폭력이 경찰에 대한 폭력보다 더 큰 문제라고 답한 응답자는 55%였다. 30%만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5]
그리고 잘 알려진 유수의 자본가 잡지 뉴스위크는 시위에 대한 비슷한 인민적 지지 수치를 보여주는 여론조사를 발표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다수인 54%가 조지 플로이드 죽음 이후 미니애폴리스 경찰서를 불태운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는 보도도 냈다.[6]
마지막으로, “대중의 능동성이 현저히 고조된” 것도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수백 개의 도시에서 수십만 명이 행진하고 있다. 경찰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이미 11명이 더 살해되었음에도 불구하고, 40개 도시에서 통행금지가 내려졌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작은 중소 도시들에까지 번진 이렇게 큰 규모의 전국적 운동이 언제 미국 역사에서 일어난 적이